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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보수 정권이 집권할수록, “합리적 세금”은 멀어졌다

조선일보 칼럼은 호남 유권자를 한 덩어리의 ‘파란 나라’로 단순화하며, 마치 “민주당·노조·시민단체가 호남을 장악한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식으로 그려냅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와 정치 지형을 보면, 이 서술은 상당 부분 과장·왜곡에 가깝고, 오히려 유권자들을 지역·이념으로 갈라치는 시각에 가깝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며, (입력 2026.06.04)

 

[박은식의 호남통신] 민주당 호남 독점, ‘파란 나라’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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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칼럼은 호남 유권자를 한 덩어리의 ‘파란 나라’로 단순화하며, 마치 “민주당·노조·시민단체가 호남을 장악한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식으로 그려냅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와 정치 지형을 보면, 이 서술은 상당 부분 과장·왜곡에 가깝고, 오히려 유권자들을 지역·이념으로 갈라치는 시각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서초, 특히 대치·도곡에서 국민의힘이 시의원·구청장 선거를 싹쓸이한 현상은 “국민의힘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을 찍으면 부자 동네 세금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지난 보수 정권·보수 단체장 시기 실제 세금 구조와 예산 집행 사례를 보면, 그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강남·서초가 국민의힘을 찍은 이유, ‘좋아서’가 아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단 4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습니다. 서울은 국민의힘이 지켰지만, 지도 전체로 보면 ‘민주당 압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강남·서초, 대치·도곡에서는 시의원·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습니다.

 

이 흐름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강남구 73.5%, 서초구 71.0%, 송파구 63.9%가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여기엔 몇 가지 심리가 작용합니다.

 

“나는 집이 있고, 재산이 있으니, 민주당·진보 정권은 나를 ‘세금 더 걷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보유세·종부세를 줄여줄 정당이다.”

 

“강남에서 민주당 찍었다가, 우리 동네만 역차별당하는 것 아니냐.”

 

즉, 정책 내용을 꼼꼼히 따져본 결과가 아니라, ‘부자 동네=국힘이 세금을 덜 걷는다’는 이미지에 기반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세법 개정과 예산 구조를 보면, 이 이미지는 상당 부분 현실과 어긋납니다.

 

보수 정권이 집권할수록, “합리적 세금”은 멀어졌다

 

1. 보유세·공시가격·세부담 구조

 

2026년 기준, 주택분 보유세, 즉 재산세와 종부세 세수는 8조7,8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조1,671억 원, 1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증가는 단순히 문재인 정부 탓만이 아닙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수년간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도시집중·자산가격 상승 구조를 방치한 것 역시 보수·진보 정권 모두의 책임입니다.

 

보수 일각은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인상을 “징벌적 세금”이라 비판하지만, 정작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며, 거래세, 즉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1주택 중산층에는 세액공제 등을 통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집 한 채 가진 사람들까지 싸잡아 때리는 증세”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모든 보유세 인하는 선이고, 모든 보유세 강하는 악”이라는 이분법은 조세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2. 보수 정권의 ‘전시행정’과 세금 낭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세금 낭비 사례는 존재하지만, 서울시만 놓고 볼 때 보수 시장 시절 대형 프로젝트의 전시성·예산 낭비 문제는 이미 서울시 공식 문건으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대표 사업이었던 ‘한강 르네상스’는, 이후 서울시가 발간한 백서에서 “생태계 복원 노력은 미흡하고, 전시성 사업 과다로 인한 예산 낭비”라고 정면 비판되었습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세빛섬, 각종 한강 수변 개발 사업은 유지관리비 대비 실질 이용률, 안전성·환경성 논란, 민간투자 명목으로 포장된 재정 부담 문제 등에서 전형적인 ‘보수식 토건 전시행정’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세훈 시장이 다시 추진 중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역시 180m 대관람차, 서울링, 수상 곤돌라, 제2세종문화회관, 대규모 항만·지천 개발 등 55개 사업으로 구성된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세금 안 들이는 민간투자”를 강조하지만,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각종 기반시설·접근도로·환경 정비 비용, 실패 시 공공이 떠안게 될 리스크 등은 서울시민, 특히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 주민에게 장기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보수 정권·보수 단체장이라고 해서 세금을 덜 걷고 합리적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형 토건 사업에 ‘큰돈’을 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 비용은 소득세 상층부만이 아니라 각종 지방세, 사용료·부담금, 도시 기반시설 유지비로 고가 아파트 거주민들에게도 회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되돌아옵니다.

 

“민주당 찍으면 세금폭탄” vs “국힘 찍으면 눈먼 세금”

 

강남·서초, 특히 대치·도곡 주민 상당수는 민주당·진보 정당에 대한 정서적 호감과 별개로, “민주당을 찍으면 고가 주택 보유세·종부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를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역대 사례를 보면, 보유세 구조를 합리적으로 손보면서 1주택 중산층을 보호하는 정교한 개편이 아니라, “부자 감세”와 “대형 토건 프로젝트”를 동시에 밀어붙인 결과, 중간계층·자산가·자영업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더 불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반복되었습니다.

 

즉, “민주당 찍으면 당장 세금은 올리겠지만, 복지와 안전망, 교육·주거 공공성을 통해 삶 전체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접근과, “국민의힘 찍으면 표면적 보유세는 잠시 완화될지 몰라도, 전시행정·토건 사업·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을 더 내게 될 수 있다”는 현실을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자산 50억 이상 보유층에게는 부동산 가격 변동성, 도시 인프라의 질, 공공 안전·환경 리스크가 단순 세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안전하지 않은 도시, 환경·교통·교육 인프라가 부실한 도시, 정치적 불안과 양극화가 심한 도시일수록 고가 자산의 장기 가치는 하락하거나 정체되기 쉽습니다.

 

호남을 ‘파란 나라’로, 강남을 ‘빨간 나라’로 몰아가면 얻는 것

 

조선일보 칼럼은 호남을 “민주당·노조·시민단체가 장악한 파란 나라”, 경북을 “더 이상 빨간 나라가 아닌 보라색 지역”, 이렇게 단순 색깔로 나눕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호남 권리당원 비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전북·전남·광주에서 민주당 당원 비율이 30~40%대라는 수치는 “유권자 전원이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남 지지율도 90%에서 80%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민주당에 대한 견제와 피로감이 함께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강남·서초, 대치·도곡도 “국민의힘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민주당 찍었다가 세금 더 낼까 봐”, “부자 동네 낙인찍힐까 봐”라는 정서적 방어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입니다.

 

즉, 두 지역 모두 경제 구조, 역사, 정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선택의 결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언론은 이를 “호남=맹목적 민주당”, “강남=맹목적 국민의힘”으로 단순화해 갈등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색깔 정치’가 아니라, 숫자와 역사로 보는 정치

 

강남·서초, 특히 대치·도곡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민주당=세금폭탄, 국민의힘=부자 보호”라는 이미지 정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둘째, 어느 쪽이 실제로 내 삶의 총비용을 줄이고, 내 자산의 장기 가치를 지키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일입니다.

 

역대 보수 단체장·정권 시기 서울의 예산 구조, 한강 르네상스·그레이트 한강 같은 전시성 토건 사업, 광화문 ‘감사의 정원’ 같은 선거용 상징 사업을 보면, “국민의힘을 찍으면, 최소한 세금은 합리적으로 쓸 것이다”라는 믿음은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반대로, 민주당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복지·교육·주거 공공성, 안전·환경 인프라, 재정 투명성·성과 평가 등에서 더 철저한 감시와 비판을 동반한다면, 고가 자산을 가진 강남 주민에게도 장기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맺음말

 

호남을 ‘파란 나라’로, 강남을 ‘빨간 나라’로 심리적 감옥에 가두는 기사는 결국 서로를 향한 혐오와 오해만 키울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어느 정당이, 어느 후보가 내 집값을 단기 시세가 아니라 도시의 품격·안전·교육·복지·재정 건전성까지 포함한 장기 가치로 지켜 줄 수 있는가?”

 

강남·서초, 대치·도곡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습관”이 아니라 “계산”으로 돌아보는 순간, 한국 정치의 색깔 지형도 함께 바뀌기 시작할 것입니다.

 


뉴스연대(S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