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법왜곡하면 징역 10년까지…이제라도 ‘사법권 남용’ 막는 첫 장치 되길

  • 등록 2026.02.26 18: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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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지나: 형법에 새로 들어간 ‘법왜곡죄’의 내용

 

국회가 마침내 판·검사와 수사관의 고의적인 법 왜곡을 처벌하는 이른바 법왜곡죄 를 신설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사법부는 스스로 정화한다”는 명분 아래 방치돼 온 판·검사의 책임 문제에, 비로소 형사적 견제 장치가 하나 만들어진 셈입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형법에 새로 들어간 ‘법왜곡죄’의 내용

 

이번에 통과된 형법 개정안은 형법 제123조의2에 ‘법왜곡’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적용 대상은 형사 사건을 다루는 판사·검사·수사관 으로 한정했고, 다음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하면 10년 이하 징역 및 10년 이하 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1. 법령의 적용 요건을 따르지 않으면서,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2.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그렇게 위·변조된 증거를 알고도 재판·수사에 사용한 경우
3.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그동안 이런 행위는 대부분 징계나 내부 경고에 그쳤고, 실제 형사처벌 사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법원조직법에 ‘성실 의무’와 ‘공정 의무’가 있지만,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약해 사실상 “판·검사는 잘못해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 신분”이라는 비판이 반복돼 왔습니다. 
법왜곡죄는 적어도 가장 중대한 형태의 사법권 남용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를 세운 것입니다.

 

왜 지금 법왜곡죄인가: 최근 판·검사 남용 사례가 쌓였다

 

법왜곡죄 도입 논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 사건과 대형 형사사건에서 **위법 수사·증거조작·편파 재판 의혹**이 연달아 불거졌습니다.

 

- 12·3 비상계엄 내란 사건에서는, 일부 군·경 지휘부가 허위 보고와 조작된 정보로 계엄 필요성을 부풀렸다는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 ‘정영학 녹취록’의 “위례신도시 → 윗 어르신들” 왜곡 논란처럼, 수사 방향에 맞춰 애매한 대목을 특정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편집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 송영길 전 대표 ‘현금 봉투’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핵심 전자증거의 위법 수집과 법 적용 오류를 이유로 전면 무죄를 선고한 것 역시, **검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판·검사가 고의로 법을 비트는 경우까지 내부 자율에 맡길 수는 없다”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국제인권단체들과 학계에서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지나치게 “자기 식구 감싸기” 구조 에 의존하고 있고, 판·검사 개인의 책임이 거의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 

 

법왜곡죄는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늦었지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로 볼 수 있습니다.

 

위헌 논란·재판 위축 우려, 어디까지 타당한가

 

보수 야당과 대법원 인사들은 법왜곡죄에 대해 “판사·검사의 재량을 침해하고, 진보적 판결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대해 왔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용민·추미애 의원이 “형사 사건으로만 한정하면 제도의 취지가 반감된다”거나, “실제 왜곡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곽상언 의원은 1·3호 삭제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이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 첫째, 처벌 요건이 “의도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위법 수집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 등으로 매우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단순한 법 해석 차이나 판결 방향만으로는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 둘째,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해, 민·행정 등 정책적 판단이 강한 분야는 일단 제외했습니다. 이는 “정책판결·진보적 판결을 겨냥한 법”이라는 비판을 상당 부분 줄인 장치입니다.
- 셋째, 이미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판·검사의 증거 조작, 고의적 권리 침해는 형사처벌 대상이며, 그 때문에 사법이 마비됐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법왜곡죄는 정상적인 재판·수사 활동을 옥죄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주 예외적인, 그러나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 남용을 겨냥한 안전핀 이라고 봐야 합니다.

 

간첩죄·재판소원 논의와 함께 가는 ‘사법개혁 3법’의 한 축

 

법왜곡죄는 이날 같은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첩죄 개정, 그리고 앞으로 논의될 재판소원·대법관 증원과 함께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의 한 축을 이룹니다.

 

- 간첩죄 개정은 적국(북한)에 한정돼 있던 적용 대상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넓혀, 산업스파이·제3국 첩보 활동까지 포괄하도록 했습니다.
- 재판소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헌법재판소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거나,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을 때 헌재에서 한 번 더 다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국민의힘은 “사실상 4심제”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헌재는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자가 설계할 수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법왜곡죄는 “판·검사 개인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제도”, 재판소원은 “잘못된 판결을 헌법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제도”, 대법관 증원은 “소수 엘리트에 집중된 사법권을 분산하는 제도”로 서로 연결됩니다.
즉, 사법권력의 집중·무책임 구조를 깨려는 다층적 시도 의 첫 단추가 바로 법왜곡죄인 셈입니다. 

 

지금이라도 ‘사실적 사법권 횡포’ 막는 방책이 되길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실제로 “정치적인 보복 도구”가 아니라, “사법권 남용을 막는 최후의 방책”*로 자리 잡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 법무부와 검찰, 법원이 합의한 명확한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 정치권이 구체 사건마다 ‘저 판결 마음에 안 든다’며 고발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자제하며,
- 시민사회와 언론이 법 적용 과정을 투명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위조·조작된 증거, 별건 수사, 편파 기소와 재판이 한 사람의 인생과 정치, 나아가 나라 전체를 뒤흔든 사례를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온 말은 “사법부의 양심에 맡기자”였고, 그 결과는 대개 “유야무야” 였습니다.

 

법왜곡죄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고의로 법을 비트는 순간, 당신도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사법 권력 내부에 분명히 보내는 제도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 사실상의 사법권 횡포를 막는 방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판·검사가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왜곡죄를 출발점으로, 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무겁다”는 원칙이 한국 사법 시스템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럴 때 비로소, 시민들은 법정을 두려워하는 대신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 

사책연02 기자 SunKim@sr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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