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1심 이제 시작인 'V0' 재판, “시대착오적 법리… 2심서 반드시 다퉈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재판부는 김건희 씨에게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면서 자금을 제공했다는 점은 사실상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시세조종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금을 제공한 자를 방조범으로 처벌해 온 기존 법원 판례의 기준을 고려할 때, 방조죄가 충분히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는다.
실제 과거 검찰은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직접 주식거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김건희 씨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한 이상, 당시 검찰 수사가 ‘봐주기’였는지 여부는 오히려 더 짙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재판에서 방조죄에 대한 판단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이 보다 무거운 ‘공모’만을 기소하면서 방조죄를 공소장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핵심 쟁점인 방조 가능성을 재판부가 아예 심리하지 못하게 된 것은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2심에서 공소장 변경 또는 추가 기소를 통해 방조죄를 포함해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명태균 씨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김건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인에게 여론조사를 보냈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역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투표로 결정됐다는 점을 들어, 여론조사 비용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 씨의 전화를 받고 “공관위원장에게 한 번 더 얘기하겠다”고 말하는 녹취 내용, 그리고 윤상현 의원이 실제로 해당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간인이 대통령 당선인을 통해 특정인의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분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건희 씨가 명 씨에게 “당선인이 밀라고 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까지 드러난 만큼, 공천 과정에서의 사적 청탁과 정치적 영향력 행사 여부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무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대통령 당선인을 매개로 한 민간인의 공천 개입이 사실상 문제없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향후 비슷한 구조의 정치적 청탁과 개입이 반복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 2심 재판부가 보다 엄격하고 현실성 있는 법리 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일교로부터의 샤넬백과 목걸이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이 선고됐다. 특검은 김건희 씨에 대해 총 15년의 징역을 구형하며, 알선수재 부분만 두고도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요청했다. 그 근거로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헌법 가치를 침해했고, 그 책임의 무게를 고려하면 최고형을 선택해도 부족함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권력자나 권력을 잃은 자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밝히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고, 김건희 씨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그러나 대통령 배우자가 공적 지위를 사실상 누리면서 종교단체로부터 고가의 명품과 귀금속을 수수한 사안에 대해, 일반적인 알선수재 사건과 동일선상에서 ‘형평’만을 강조한 것은, 권력형 비리와 헌법적 책임의 무게를 축소한 시대착오적 법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검 역시 “양형 판단이 매우 미흡하다”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정치·경제·종교 권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 구조,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 그리고 시세조종 인식과 공천 개입 정황까지 감안할 때, 이번 1심 판결은 여러 중대한 쟁점을 충분히 다루지 못한 채 피고인에게 과도하게 관대한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방조 가능성을 외면한 점, 민간인의 공천 개입을 사실상 무해한 행위로 처리한 점, 그리고 권력형 알선수재에 대한 양형의 가벼움은 모두 “법이 권력 앞에서 지나치게 순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결국 김건희 씨 사건은 2심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방조 여부, 공천 개입의 정치·법률적 책임, 알선수재의 헌법적 의미를 다시 근본부터 따져 묻지 않으면 안 될 사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심 법원은 시대 변화와 국민 법감정을 반영해, 권력과 금권, 사적 청탁이 뒤엉킨 이 사건들에 대해 보다 엄정하고 설득력 있는 법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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