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당선시켰다”는 근우회…신천지–윤석열 캠프 가교 정황

JTBC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서 한국근우회 이희자 회장은 2022년 3월 13일, 신천지 고위 간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대통령 당선 축하 모임을 21일 날 잡아놨어. 500명.”
- “전국에서 우리가 근우회가 목숨 걸고 당선시켜 놨는데!”
이 행사는 형식상 ‘근우회 창립 95주년 기념식’이었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당선 축하파티로 준비됐고,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이만희 총회장의 과거 발언입니다. 그는 2020년 7월 교인들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사회단체가 뭔지 아나, 근우회다. 근우회가 전부 우리한테 들어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천지 간부 탈퇴자들도 “근우회 행사에 가면 신천지 사람들이 다 간다. 사실상 위장 조직”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 근우회가 대선 과정에서 실제로 윤석열 캠프와 어떤 역할을 했는지,
- 신천지 측이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는지,
- 그 대가로 인사·정책·수사 특혜 등 ‘반대급부’가 있었는지
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과의 접촉 정황도 뚜렷
같은 통화에서 이희자 회장은 당시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권영세 의원을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냅니다.
- “권영세도 오라 그러고, 다 올 거야.”
- “우리가 근우회가 목숨 걸고 당선시켜 놨는데 고맙단 말 한마디 안 하면 목 쳐죽일 놈들이지.”
실제 행사에는 국민의힘 박성중·송석준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영세 의원은 “근우회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단체로 소개받았고, 건강 문제로 행사엔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송석준 의원도 “당선 축하 성격인 줄은 몰랐고, 근우회 행사라 알고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 신천지 교주가 “근우회는 전부 우리 조직”이라고 말한 점,
- 전직 간부들이 “근우회와 신천지는 사실상 한 몸”이라고 증언한 점,
- 근우회 회장이 “목숨 걸고 당선시켰다”며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사실상 ‘청구서’를 꺼내 든 점
을 종합하면, 최소한 “신천지–근우회–윤석열 캠프 사이에 상당한 교류와 기대 관계가 있었다”는 정황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통일교·보수정권의 유착은 이미 국제적 문제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 정치권 유착 문제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합니다.
- 일본에서는 아베 전 총리 피살 이후, 통일교와 자민당 정치인들의 공생 관계가 드러나 대규모 국정조사와 해산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 통일교는 한국에서도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반공·반북 운동, 각종 ‘평화 포럼’을 명목으로 정치권과 밀접히 연결돼 왔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습니다.
- 윤석열 정권 초기에도 특정 통일교·개신교 인사가 외교·안보 라인 인사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본격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신천지·통일교 모두 막대한 자금과 언론·시민단체 위장 조직을 갖고 있어 선거 동원, 정치 로비, 사법·행정 영향력 행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그런데 왜 특검·정치권은 조용해졌나
이런 상황에서도 정교유착 특검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점점 흐려지는 데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1. 여야 모두 ‘뒤가 구린’ 과거 인연
보수 정권은 물론, 과거 민주당 계열 일부 정치인도 통일교·신천지 행사에 축사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은 전력이 있습니다. 여야 모두 “우리 사람도 엮일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강력한 특검과 전면 수사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2. 수사기관의 자기보호 본능
검찰·경찰 내부에서도 특정 종교와 가까웠던 간부, 신천지·개신교 라인의 청탁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20년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당시 일부 수사와 방역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배경에도 이런 영향이 있었다는 비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사기관 스스로 과거 행적까지 파헤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3. 조직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
대형 종교단체는 수십만~수백만의 신도와 조직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교유착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선거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정치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어떤 이유도, 정교유착 수사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명분 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여야에서 독립된 특검·국회조사·공영방송 보도 가 더 강력하게 필요합니다.
정교유착을 방치하면 또 다른 국정농단이 온다
정교유착은 단순한 ‘사진 한 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 특정 종교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 검찰·경찰·정보기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 기업·공공기관과 연계해 자금과 특혜를 얻는 구조라면,
이는 곧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입니다.
일본의 통일교–자민당 커넥션이 보여주듯, 수십 년간 방치된 정교유착은 정치·외교·안보까지 흔드는 거대한 폭탄이 됩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 세월호 참사 당시 구원파와의 유착,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 코로나19 초기 신천지 사태
등 정교유착의 폐해를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지금 근우회–신천지–윤석열 캠프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지 못한다면, 제3·제4의 ‘위장단체–선거 개입–정책 특혜’ 구조가 이름만 바꾼 채 반복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어야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세 가지 방향의 지속적·심층적 조사입니다.
1. 정교유착 특검 재추진
여야는 서로를 겨냥한 정쟁용 특검이 아니라, 신천지·통일교·특정 개신교와 정치·사법·행정부 전반의 유착을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특검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기간·대상을 명확히 정하고, 과거 정권·현 정권을 가리지 않는 ‘전면 조사’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2. 디지털·금융 포렌식의 전면화
근우회 관련 서버, 신천지·통일교의 회계자료·계좌·통신기록 등을 국과수·민간 전문가가 함께 분석하는 독립 포렌식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 선거 기간 입금·출금 패턴,
- 특정 정치인·단체로의 후원금 이동,
- 공공기관·사법기관과의 이메일·문서 교류
를 정밀하게 추적해야 합니다.
3. 종교단체 회계·정치자금 투명성 법제화
일정 규모 이상 종교단체에 대해
- 의무 회계 공개,
- 외부 감사,
- 정치인 후원·선거 관여 행위 신고
를 의무화하는 법·제도가 병행돼야, 수사 이후에도 정교유착 구조가 재생산되지 않습니다.
정교분리는 헌법이 보장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 원칙은 너무 오랫동안 정교유착을 가리는 방패로 이용돼 왔습니다.
지난 윤석열 정권과 그 이전 정권에서 이어진 신천지·통일교–정치권 커넥션 의혹을 이제라도 끝까지 파헤치지 못한다면,
다음 정권, 또 그다음 정권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근우회 녹취와 빌립지파 PC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용히 덮자”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정교유착의 뿌리를 뽑겠다는 끈질긴 수사와 제도 개혁의 의지입니다.
정치권과 수사기관이 그 책임을 다하는지, 시민과 언론이 끝까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