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가짜 농사꾼’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정부·연구기관의 추정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율은 이미 43.8%에 달했고, 현재는 50%를 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산골짜기 밭마저 평당 20만~30만 원에 거래된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한국 농지가 더 이상 식량 생산의 기반이 아니라 ‘개발 기대’라는 복권을 품은 금융자산으로 변질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가 다시 꺼낸 해법의 키워드는 헌법에 명시된 단 한 문장, 경자유전(耕者有田)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이 원칙은 해방 이후 한국 농지개혁의 토대였으나, 수많은 예외 규정과 허술한 집행으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늘고 임차농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농지는 생산 수단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농지는 비어가고(휴경 증가) 농촌은 비어갔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동산 투기의 초점을 ‘건물’이 아닌 ‘땅’으로 명확히 옮기고 있다. 이미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수도권 집값의 과열을 누르는 한편, 이제는 농지 전수조사, 휴경지 실태 파악,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한 이행명령과 매각명령 실효화까지 직접 지시했다. 투기·투자 목적의 농지 보유가 세제·규제·금융 측면에서 “의미 없게” 느껴지도록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토지 불로소득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 방향이 왜 ‘근본’인가. 농지 가격을 농업 생산액과 비교하면, 그 괴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분명해진다. 한국은행과 농식품부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한 ‘농경지·임야 가격/농림업 생산액’ 배율은 1990년대 중반 10~15배 수준에서 최근 25~31배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지가총액이 3.5~5.5배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농지 가격에 끼어 있는 거품, 즉 개발 기대에 따른 불로소득 기대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알 수 있다. 이는 농지가 본래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언젠가 대지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구조는 두 가지 악순환을 낳는다. 첫째, 농지 소유자는 개발 기대 수익을 노리느라 농사를 지을 유인이 줄어든다. 실제로 경작 가능 면적은 줄어드는 반면 휴경면적과 휴경률은 늘어나는 추세로, 최근 10여 년 사이 휴경률은 2%대에서 5%대까지 상승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둘째,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년과 도시민은 과열된 농지 가격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농지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귀농·귀촌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정부 내부의 문제의식은, 지방소멸의 구조적 원인으로서 ‘땅값’을 정면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농지·부동산 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구소멸 문제와 맞닿는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사람이 안 태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머물 이유가 없는 땅 구조’에서 비롯된다. 일자리와 교육·의료 인프라만이 아니라, 농지와 주거를 확보하는 비용과 기회 자체가 지방 정착을 가로막는다. 수도권에 집과 농지에 대한 투기 자본이 몰려 있는 한, 지방은 흙값조차 해당 지역 소득 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젊은 세대는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농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농지 가격을 본래의 사용가치에 가깝게 되돌리는 정책은, 단지 농업 정책이 아니라 인구정책이다. 농지 가격이 안정되면 귀농·귀촌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청년 농부와 도시 이주민이 지방에 뿌리를 내릴 토대가 마련된다. 휴경지를 줄이고 실제 경작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지방의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수요가 회복될 수 있고, 이는 출산·양육을 고려할 수 있는 삶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개혁과 인구정책을 별개의 트랙이 아닌 하나의 구조 개혁으로 묶어내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후 제기되는 농민 기본소득 논의는 이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농민 전체에게 농지 불로소득이 아닌, 농업의 생태·환경적 기여와 다원적 기능에 대한 소득을 보장한다면, 농지로 돈을 버는 방식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과 관리’가 된다. 도시 중산층이 주택 불로소득에 기대지 않고 임금·소득 기반을 강화해야 하듯이, 농촌 역시 농지 불로소득이 아닌 농업 기본소득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농지 투기를 구조적으로 억제하면서도 농업과 농촌을 유지·재생시키는 이중의 효과를 낳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직 ‘진행형’이다. 농지 전수조사와 매각명령 제도의 실질적 집행, 농지법과 세법의 예외규정 정비, 농민 기본소득의 설계와 재원 마련까지, 넘어야 할 정치적·행정적 난관은 적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집값이라는 눈앞의 지표를 넘어서, ‘토지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인구소멸·불평등·수도권 과밀이라는 세 가지 위기가 동시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농지 정책은 아직 완성된 답안지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그 뿌리를 “토지”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이미 한국 사회의 오래된 금기를 넘어섰다. 농지에서 시작된 이 토지 개혁의 시도가 흔들리지 않고 관철된다면, 우리는 수십 년 뒤 한국의 인구지도를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진짜 시작은, 산골짜기 밭값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그 한마디에서 비롯됐다”고.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