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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집은 국민 삶의 터전인데, 국회에선 ‘자기 집값’이 먼저인가

지난 4월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간담회는 한국 정치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공직자의 사적 재산권과 공적 직무 수행의 청렴성, 이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지금도 국회의원과 장관, 청와대 참모 등 고위공직자들은 3,000만 원 넘는 주식을 보유하면 백지신탁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의 부(wealth)의 핵심이자 정책 이해충돌의 핵폭탄인 부동산은 이 규제에서 사실상 빠져 있다. 주식은 신탁하면서, 아파트·토지·상가 수십, 수백억은 그대로 쥐고 있어도 된다는 얘기다.

 

박근혜도, 이명박도 동의했던 제도…20년째 안 되는 이유

 

부동산 백지신탁 얘기는 뜬금없는 급진안이 아니다.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처음 공약으로 꺼냈고, 2007년 대선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도 동의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왼쪽·오른쪽, 과거·현재를 막론하고 “취지는 맞다, 필요하다”고 말해 온 제도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다시 발의는 됐지만,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다.

이유는 늘 같다. “재산권 침해다, 위헌 소지가 크다.” 인사혁신처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부동산 매각·신탁을 강제하는 사례가 없고, 처분권 제한은 기본권 침해”라는 취지로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러면 지금처럼,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기 집값에 영향을 주는 법과 정책을 만드는 구조는 괜찮은가?”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강남 집 가진 국회의원, 강남 주민보다 많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2006~2023년 동안 매년 평균 78명의 국회의원이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남 3구 지역구 의석은 8석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은 강남과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구 밖 강남 아파트’ 소유 의원들이라는 뜻이다.

또한 2016~2026년 사이 고위공직자 재산은 평균 12억 5,000만 원 증가했는데, 그 증가분의 대부분이 아파트 등 건물 자산에서 나왔다. 고위공직자의 경제적 ‘성공’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거의 직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국회가 보유세를 올리자고 나설 수 있을까?


서울·수도권 과밀을 풀자고, 수도 이전·공공기관 이전을 흔쾌히 밀어붙일 수 있을까?

게다가 최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둘러싸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뒤, 그의 재산 현황을 보니 강남 40억대 아파트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이 연결고리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국힘 의원의 60% 이상이 서울 핫한 지역에 집을 갖고 있다”는 분노 섞인 말은 과장이 아니라 구조를 향한 직감에 가까운 표현이다. 강남 아파트를 쥐고 있는 이들이,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 정책, 보유세 강화, 다주택 규제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너무 인간적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해충돌을 제도적으로 막지 않으면, 법은 언제나 그들의 편이다

 

지금 구조에서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 본인이 부동산·주식 이해당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법이 결국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제는 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 환매권

장관·차관·청와대 수석·국회의원·광역단체장·교육감 등 정책 결정의 최상위 공직자에게는 부동산 백지신탁을 의무화해야 한다.


취임 전 본인·배우자·미성년 자녀 명의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공적 수탁기관에 처분 권한까지 위임하는 방식이다.

재산권 침해 논란을 줄이기 위해, 간담회에서 제안된 ‘환매권’ 모델을 검토할 만하다.


공직자는 재직 중 부동산을 신탁하고, 퇴임 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하되, 재임 기간 동안 발생한 시세 차익은 공적으로 환수한다.


이렇게 하면, 공직자는 “집값을 끌어올릴수록 손해”이고, 오히려 집값을 안정시키거나 낮출 때 이익을 보게 된다.

즉, “집값 올려서 부자 되는 공직자”가 아니라, “집값 안정시키는 공직자”가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국회의원·지방의원 출마 자격 – 최소 5년 전입 요건

 

국회의원·광역·기초의원은 출마 지역에 최소 5년 이상 실제 거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주소지만 옮기는 위장 전입, 연고와 상관없이 공천만 보고 내려오는 낙하산 공천을 막기 위한 장치다.

 

최소 5년 전입 요건은, 그 지역의 집값·교육·교통·생활 문제를 몸으로 겪어본 사람만 출마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동네 아파트 한 채 사고, 선거 끝나면 떠나는 정치인이 그 동네의 장기적 이해를 대표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장관·지방단체장 – 주식·부동산 완전 신탁 + 퇴임 후 처분 제한

 

국회의원, 국무위원(장관), 광역·기초단체장에게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강화된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필요하다.

취임 시점에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의 주식·부동산을 일정 기준 이상은 의무적으로 신탁 또는 매각한다.
재직 중에는 해당 자산에 대해 직접 매매·처분을 금지한다.


퇴직·퇴임 후에도 최소 3~5년간 해당 자산을 처분하거나, 당시 맡았던 소관 업무와 직접 관련된 기업·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렇게 해야, 장관·의원이 “퇴임 후 먹거리”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하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정도 제약이 싫으면, 애초에 장관·의원 안 하면 된다.


공직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사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공익을 선택하는 자리여야 한다.

 

 

“공산당이냐?”라는 반응에 대하여

 

이런 얘기만 나오면 반드시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공산당이냐? 재산을 왜 국가가 간섭하냐?”

 

그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고, 국민이 준 권한으로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 가치에 직격탄이 될 법에는 항상 소극적이고, 자기 자산에는 유리한 법과 정책만 통과시키는 구조가 온당한 시장경제인가?

 

지 재산 아까우면 장관, 국회의원 안 하면 된다.


맞는 말이다. 공직은 원래 그런 자리여야 한다. 다른 직업, 다른 돈 버는 길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굳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 법과 예산을 쥐는 자리에 앉겠다면, 최소한 자기 재산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증거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부동산 공화국을 멈추는 첫 단추

 

오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부동산이 망국의 제1 원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값 폭등은 청년 주거 불안을 키우고,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을 동시에 악화시킨다.

그런데 정작 이 부동산 구조를 바꿀 사람들의 손에는 강남 아파트, 재개발 기대 지역 토지, 알짜 상가가 들려 있다.

 

이대로라면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출마·임명 전 거주·재산 규제 강화, 임기 중·퇴임 후 이해충돌 방지 장치는 이 공화국의 방향타를 ‘집 가진 소수의 이익’에서 ‘집이 없는 다수의 삶’으로 돌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제 국회와 정치권이 대답할 차례다.


“당신들은 국민의 재산을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자기 집값을 위해 일하는가.”

만약 후자라면, 정말로 장관·국회의원 말고 딴 일을 찾는 편이 나라에도, 본인에게도, 훨씬 낫다.

 

 


팩트체크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50342.html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745912
https://www.news1.kr/society/court-prosecution/6107401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