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40년 6.17%… “부동산 불패”가 만든 양극화
KB부동산과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7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년간 연 평균 6.17%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타 지방의 평균 상승률 2.56%와 비교하면,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자산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편, 이 기간 동안 한국의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980~90년대 두 자릿수 고금리를 거쳐, 최근 4% 안팎까지 떨어졌다. 고소득층·자산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레버리지를 일찍 활용해 다주택을 보유했다면, 무주택자·청년층은 상승한 집값과 대출 부담 탓에 ‘월세+투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 온 셈이다.

“월세 살며 미국 ETF 투자”가 답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억 아파트를 사지 말고, 월세로 살며 S&P500·QQQ 같은 미국 ETF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이 글은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률(6%대), 원화의 장기 절하, 대출 금리 등을 근거로 “실거주자는 집을 갖기보다 월세+해외주식이 낫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 첫째, S&P500·QQQ가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률을 계속 낼 것이라는 가정이 포함돼 있다.
- 둘째, 환율·과세·거래비용, 장기 변동성(폭락 구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 셋째, 법인을 통해 세율을 9%로 낮춘다는 설명 역시 세무·법률상 위험과 비용을 간과한 단순화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런 전략은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추가로 투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가깝고, 무주택 청년·서민이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는 대안으로 보기에는 위험이 크다. 장기간 전·월세를 전전하며 자녀 교육·정착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 비용도 숫자로 완전히 치환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방향: 다주택 규제·실수요자 보호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권의 기반”이라는 원칙 아래, 다주택자·투기수요에 대한 과세 강화와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금융 지원을 병행하는 방향을 분명히 해왔다. 정책의 큰 축은 다음과 같다.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유지 및 보완: 다주택 보유에 따른 보유·처분 비용을 높여, 투기·갭투자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 물량이 돌아가도록 유도한다.
- 무주택·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세제 지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금리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를 확대해, 실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춘다.
- 공공임대·공공자가 확대: 주거 취약계층과 중산층에게 장기·안정적 거주를 보장하는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 가격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집값 상승의 과실을 다주택자·투기세력이 독점하는 구조”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기대수익률을 낮춰 투기 매력을 줄이는 효과를 목표로 한다.
다주택자 중과세, 왜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나
자산시장에서는 “예상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기 수요가 더 빨리 몰린다”는 것이 경험칙이다. 서울 아파트의 연 6% 이상 상승률이 장기간 이어지자, 일부 자산가는 대출을 끌어 다주택을 매집했고, 이는 무주택자의 ‘진입장벽’을 더 높였다.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은
- 다주택 보유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 보유 비용을 높여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들며,
- 신규 투자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 하는 효과를 노린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반발과 조정이 있더라도,
- 무주택자·1주택자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커지고,
- 주거비 부담이 완화되며,
- 자산 불평등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아파트=무조건 6% 이상 오른다”는 믿음이 약해질수록, “월세+투기성 투자” 대비 “실거주 중심의 안정적 내 집 마련”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게 된다. 이는 주거 시장을 투기장에서 생활 인프라 중심으로 되돌리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각자 알아서 할 일”이 아니라, 제도를 바로 세울 일
해당 글은 “매매와 전·월세 중 무엇이 옳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고 말하며 개인 선택의 문제로 결론을 맺는다. 투자 관점에서는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정책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투기·다주택 수요를 방치하면, 소득이 낮고 레버리지를 쓰기 어려운 계층이 가장 먼저 주거권을 침해받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버는 시대를 끝내고, 주거를 기본권으로 보장하자”는 방향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가 40년 동안 연 6% 넘게 올랐다는 사실은, 바로 그 방향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통계이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원칙 아래, 그 수익을 가져가느냐”이다.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이 안정적인 주거를 통해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될 때, 부동산 시장의 과실은 ‘소수의 레버리지 승자’가 아니라 ‘대다수 시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