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 한화그룹 상장사 12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180조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기준 삼성그룹(약 1433조원), SK그룹(약 826조원), 현대차그룹(약 300조원)에 이어 네 번째 규모다. 그간 4위였던 LG그룹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는 약 175조원으로 밀려나 5위가 됐다.
증권가와 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최근 한화 시가총액 급증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함께 방위산업주 강세가 자리잡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국내 증시에서 방산주가 일제히 급등했고, 그 중심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한화 계열사가 섰다.
방산·조선·우주항공에 쏠린 기대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간 방산·조선·우주항공을 축으로 한 이른바 ‘K-디펜스’ 밸류체인을 구축해왔다. 2024년 말 기준으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97조원 수준에 달해 그룹 전체 가치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조선비즈, 서울경제 등 보도에 따르면, 미·이란 군사 충돌이 본격화된 3월 초 국내 증시에서 방산주가 급등하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 10% 이상 상승해 코스피 대형주 중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 기대도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 등은 리포트에서 “이란과의 충돌이 장기화되지 않더라도 중동 지역 국가들의 방어 체계 강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산 지대공미사일, 자주포, 장갑차 등 수출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는 지상·해상·공중을 망라한 통합 방산 포트폴리오와 위성·발사체 등 우주항공 사업까지 보유하다 보니, 지정학 리스크 국면에서 ‘토털 디펜스 플랫폼’이라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배터리·석유화학 부진에 ‘주춤’
반면 LG그룹은 2차전지와 석유화학, 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 실적·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배터리 단가 압박 등으로 2025년 이후 실적 모멘텀이 약화됐고, LG화학 역시 기초유분·석유화학 시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선·정유·방산이 수혜를 입는 중동 리스크 국면과 달리, 배터리·석유화학은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압력에 놓인 셈이다. 실제로 3월 초 이란 전쟁 쇼크로 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한 ‘검은 화요일’에도 방산·에너지주는 강세를 보인 반면, 반도체·자동차·2차전지·화학 대형주는 일제히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가총액은 자산 규모가 아닌, 향후 성장성·수익성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방산·조선·우주항공으로 대표되는 한화의 미래 먹거리를 LG의 AI·배터리·가전보다 당분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산 기준 ‘재계 4위’는 아직 LG…구도 변화는 진행 중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4월 발표하는 자산총액 기준 대기업 집단 순위에서는 올해도 삼성·SK·현대차·LG 순으로 ‘4대 그룹’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시가총액이 아닌 자산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LG가 한화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 측면에서 한화가 LG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점은 재계 판도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화가 에너지·방산·우주항공에 집중 투자하며 몸집과 체질을 동시에 키운 반면, LG가 배터리·AI·가전에서 뚜렷한 ‘게임 체인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이 한 그룹의 시가총액 랭킹까지 바꿔놓은 사례는 흔치 않다”며 “지정학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방산·에너지 중심 포트폴리오를 가진 한화의 상대적 우위가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그룹의 실적·투자 전략, 신사업 경쟁력이 다시 순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첫 ‘시총 4위’ 등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자산·매출·글로벌 영향력까지 동반한 ‘재계 4강’ 구도 재편으로 이어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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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용 기사 링크(List-Up)
- Hanwha Group’s market cap surge, defense and shipbuilding 중심 설명
- Samsung, SK, Hanwha Surge; LG, Lotte Lag in Market Rally – Chosun English [chosun](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6/01/12/YLUJLDA27BFBNEBRCFVAI2JNEA/)
- Amid Bull Market, Top 10 Conglomerates' Market Cap Surges – Asia Economy (EN) [asiae.co](https://www.asiae.co.kr/en/print.htm?idxno=2026011420360497769)
- Hanwha tops market cap growth among Korea's 10 major business groups – Pulse [pulse.mk.co](https://pulse.mk.co.kr/news/english/11385495)
- 방산주 급등, 이란 사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흐름
- Korean Defense Stocks Surge Amid U.S.-Iran Military Conflict – Seoul Economic Daily (EN) [en.sedaily](https://en.sedaily.com/finance/2026/03/03/korean-defense-stocks-surge-amid-us-iran-military-conflict)
- Hanwha Aerospace Surges Amid Middle East Tensions – Evrim Ağacı 정리 기사 [evrimagaci](https://evrimagaci.org/gpt/hanwha-aerospace-surges-amid-middle-east-tensions-532332)
- Korea stocks hold key levels as Iran war rattles markets – ChosunBiz (EN) [biz.chosun](https://biz.chosun.com/en/en-finance/2026/03/03/MYOYDUBREFE75AEZL25SLFYE54/)
- Defense, refinery, shipping firms expected to gain from Iran crisis – The Korea Times [koreatimes.co](https://www.koreatimes.co.kr/business/companies/20260303/iran-conflict-fuels-surge-in-korean-defense-refinery-shipping-stocks)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