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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뒤에 숨은 것…지귀연 판결, 내란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 편향적 논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2월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의 우두머리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에게 가능한 세 가지 형(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이지만, 판결 이유와 표현, 양형 논리를 들여다보면 '내란의 본질적 중대성을 희석시키고, 결과적으로 한쪽에 기운 판결' 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법원도 인정한 ‘헌정 파괴’…그런데 왜 형은 가벼워졌나

 

지귀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려 한 내란”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판결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 국군과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를 포위·봉쇄하고,
- 국회의장과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 등 14명의 주요 정치인 체포를 승인했으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려 시도한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헌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군·경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까지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량에서는 사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택 했습니다.

 

판결문이 제시한 이유는 “계엄 계획이 허술했고, 실제로 국회 봉쇄와 주요 인사 체포가 완전히 실행되지는 못했다”, “피고인이 무차별적 살상 사용을 자제하려 했던 점”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내란죄의 본질—“실행 과정”보다는 “헌정 질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 한 의도와 계획”—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실패한 쿠데타라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며, 전두환·노태우 군부 내란 사건에서도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사형·무기징역이 선고된 전례 가 있습니다.

 

국민 여론과도 동떨어진 양형…민심은 “사형 또는 그에 준하는 중형”

 

여론조사 역시 이번 판결이 민심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1월 리얼미터 조사에선 응답자의 58.1%가 특검의 사형 구형이 적절하다 고 답했고,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8.7%에 그쳤습니다.
- MBC 의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5%가 중형을 예상했고, 그중 43%는 무기징역, 32%는 사형을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즉, 과반 이상의 국민은 사형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처벌을 원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형식뿐인 무기징역이 아닌, 사실상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는 수준의 중형”을 요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내란의 우두머리에 무기징역은 너무 가볍고,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국민 여론과 역사적 선례 대신, “계획이 조잡했다”, “실제 피해가 제한적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형을 낮추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내란의 위험성이 ‘실제 피해 규모’ 위주로 축소 평가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는 표현, 책임을 흐린 수사

 

지귀연 판결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는 표현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장은 판결문 곳곳에서 20여 차례 반복됩니다.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헌정 질서를 중대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 표현이 판결의 주체와 책임을 흐리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 통상 판결문에서는 “재판부는 ○○라고 판단한다”, “이 법원은 ○○로 본다” 등 단정적인 표현을 씁니다.
- 그런데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하면, 마치 판결이 특정 판사 3인의 선택이 아니라, 추상적인 ‘법원’이라는 기관의 객관적·중립적 입장인 것처럼 포장됩니다.
- 이는 판사의 개별 책임을 희석시키고, 나아가 “우리도 이런 여론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의도적 거리 두기로 읽힐 소지가 있습니다.

 

글쓰기 측면에서 보면, “~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이 주장에 대한 책임을 약화시키는 것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쓰면 ‘내가 그렇게 단정한다’는 책임이 분명해지지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면, **단호함이 사라지고 판단의 주체도 흐려집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하려 한 사상 초유의 내란 사건이고, 
- 전 국민이 생중계로 판결을 지켜본 역사적 재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는 더욱 명료한 언어와 책임 의식을 가지고 판결문을 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원”이라는 기관 뒤에 숨어 표현을 완화한 것은, 결과적으로 내란의 무게를 줄이고, 양형 완화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사학적 장치로 보입니다.

 

내란의 맥락을 희석시킨 “실패·하프쿠데타” 논리

 

외신 보도를 보면, 지귀연 재판부는 판결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허술하고 즉흥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광범위한 유혈 사태를 피하려 한 점”을 이유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택했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면,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 군과 경찰의 일부 지휘부는 실제로 국회 진입을 준비했고, 장갑차와 병력이 여의도 진입 직전에까지 이동했습니다. 
- 국회 주변은 한동안 봉쇄됐고, 야당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안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 수많은 시민이 한겨울 밤 거리로 나와 군 장비를 맨몸으로 막으며 민주주의를 지켰고, 이로 인해 2026년에는 한국 시민 전체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즉, 계엄과 내란 계획이 “허술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국회와 시민이 극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실패한 점”을 양형 감경 요소로 삼는 것은, 내란의 본질적 중대성을 도리어 가볍게 만드는 논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쪽으로 기운 판결…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이번 판결 직후, 국내외 언론은 “한국 민주주의가 전직 대통령을 유죄로 단죄했다”는 점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형량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수 지지층은 “쇼 재판”이라며 전면 부정을, 진보·시민사회는 “사형까지 가지 못한 미완의 정의”라며 실망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무기징역은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무장하지 않은 시민과 국회를 내란에서 지켜낸 희생을 생각하면, 이번 판결은 내란죄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리하면,

 

- 재판부 스스로 윤석열의 행위를 내란으로 인정하고,
- 국회 봉쇄·정치인 체포·선관위 장악 시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음에도, 
- 양형 단계에서는 “계획의 허술함과 실패”를 이유로 사형을 배제하고,
- 판결문 표현에서도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라는 완곡한 문장으로 책임을 희석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하면, 이번 1심은 내란의 중대성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운 판결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미 항소장을 제출했고, 특검과 시민사회도 항소심에서 형량 상향과 보다 명확한 법리 정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2·3 내란 사건은 한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향방이 걸린 재판입니다.
항소심과 대법원이 지귀연 1심 판결의 한계를 보완해, 내란의 본질과 국민의 상식, 역사적 책임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합니다.

 

법정에서조차 내란의 무게가 가볍게 취급된다면, 국민이 다시 거리로 나가 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극을 막는 첫 출발이, 내란을 내란답게 다루는 공정하고 엄중한 판결이어야 합니다.

 

사회적책임연대(SRN) 김숭선 기자 |